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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책

심정섭 <심정섭의 대한민국 학군지도>

 "제가 말하는 학군, 그리고 이 책에서 말하는 학군은 신생 학교가 있고 학원가가 갖춰진 택지지구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시 말해, 학교 부근에 있는 주거단지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른바 명문학군의 조건을 한마디로 말하면 아이가 초등 5,6학년이 되었을 때 이사를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곳, 중고등학교 6년을 쭉 그곳에서 살아도 원하는 대학에 가는 데 지장이 없다고 생각되는 곳입니다."

p.23
 우리나라에서 많은 엄마아빠들이 좋은 학군을 찾아 계속 이주하는 것은 단순히 자녀교육과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한 목적만은 아니다. 슬픈 우리나라의 자화상이기도 한데, 우리 아이가 좀 더 착한(?) 아이들과 놀았으면 하는 정서적 니즈와 학교폭력이나 왕따를 피해 이주하길 원하는 실질적인 필요도 있다. 또 엄마아빠가 둘 다 일하기 때문에 아이가 학교, 학원, 집을 큰 위험 없이 오갈 수 있는 이른바 학주근접(學住近接, 학교나 학원이 집과 가까이 붙어 있다는 뜻)인 곳을 찾아 명문학군으로 이사하려는 니즈도 있다.

p.27-28
 여기에 더해 학군이나 부동산 공부는 많은 가정에서 자본주의 실물경제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좋은 수단이기도 하다. 자본주의사회에 살지만 정작 우리는 초중고 12년의 공교육 동안 자본주의 실물경제를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다. 교과서를 통해 재미없게 수요공급의 법칙, 한계효용체감의 법칙 등을 배우지만 시험 본 다음 잊어버리고서는, 막상 전쟁터 같은 사회에 나오면 학생들은 대부분 소비를 통제하지 못하고 자본을 모으지 못한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살면서 자본의 주인이 아니라 자본의 노예가 되고 맹목적인 소비자로 전락하기 쉽다.
 하지만 내집마련이나 투자 목적으로 부동산을 공부해보면 국내나 국제경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감을 잡을 수 있고 금리가 왜 중요한지, 세법이 바뀌는 것이 내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관심을 갖게 된다. 집을 사거나 투자를 하는 문제는 최종적으로 개인의 가치관에 따른 문제지만, 이런 공부를 통해 최소한 자본주의사회에서 호구가 되지 않는 안목을 기를 수 있다. 
 거기에 학군을 공부하면 지금의 교육제도와 입시제도에 대한 이해를 갖게 되고, 쓸데없는 사교육비를 줄여 우리 가정의 형편과 아이 상황에 맞는 올바른 교육을 할 수 있는 안목도 얻게 된다. 이것이 바로 학군 공부를 통해 '경제적 독립'과 교육 독립'을 이룰 수 있는 길이라고 필자가 늘 강조하는 내용이다.

p.28-29
 고등학교가 특목고와 일반고로 양분되고, 특목고를 가기 위해 특목고 주변으로 이사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이제 진정한 학군의 주인공은 중학교 학군이라고 할 수 있다. 중학교의 경우 거의 대부분 평준화이고, 좋은 중학교에 가기 위해 배정 가능성이 높은 아파트나 주거지역으로 이사를 가야하기 때문이다.  (중략)
 보통 학업성취도 기준으로 국영수 보통학력 이상 비율 90% 이상, 수학 85% 이상, 특목고 진학률 2% 전후면 전국 100대 중학교 안에 들어갈 수 있다.

p.46
 여기서 부동산 이야기를 길게 하기 힘드니 많은 부동산 전문가들이 말하는 핵심만 하나 이야기하자면, 최소한 자기 집 1채는 있어야 한다. 그리고 가능하면 땅, 즉 대지지분이 1평이라도 더 넓은 집이 좋다. 서울 혹은 수도권이면 더욱 좋다. 자본주의경제는 실제 가치보다 훨씬 뻥튀기된 가치를 담고 있는 종이화폐를 기반으로 돈을 자꾸 회전시키며 돌아가는 경제다. 경기가 좋고 계속 돈이 돌면 큰 문제가 없지만, 거품이 꺼지고 돈이 안 돌기 시작하면 큰 문제가 생긴다. 1990년대 후반 경제위기나 2007년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의 경제위기를 생각해보면 된다. 거품이 꺼질 때 살아남는 실물, 즉 건물과 땅이다. 부동산 보유는 자본주의의 필연적 숙명인 인플레이션을 피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대비책이기도 하다.

p.48
 중학교에서는 보통 학업성취도, 특목고 진학률과 졸업생 감소 추이, 학생수를 눈여겨본다. 특목고 진학률이 높고 저출산 여파에도 학생수가 줄지 않는 학교가 우수한 학교라고 할 수 있다. (중략)
 초등학교에서는 역시 학년별 학생수를 눈여겨본다. 특히 초등 저학년과 고학년의 비율을 보고 전입전출 현황을 보면, 이 학교가 학생들이 들어오는 학교인지 나가는 학교인지 확인할 수 있다. 명문학군의 초등학교는 저학년에 비해 고학년 비율이 30~40% 정도 높은 경우가 많다. 집값이 부담되어 들어오지 못하다가 중학교 입학 즈음한 5,6학년때 전학오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이다.

p.59
 "앞으로 어느 지역 학군이 더 좋아지지 않을까요? 하는 질문을 받으면 필자는 대부분 보수적인 답변을 하게 된다. 명문학군이 아닌데 명문학군으로 올라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단순히 아파트 가격이 오르고 전세가가 오른다고 해서 저절로 학군이 좋아지지 않는다.
 그럼 앞으로 해당 학군이 좋아질지 아닐지를 가장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2016학년도 공개를 마지막으로 전국단위 학업성취도 평가라고 하는 나름 객관적인 기준이 없어진 가운데, 해당 지역 학군의 과거나 미래를 볼 수 있는 가장 객관적인 지표는 특목고 진학률과 초등학교, 중학교 학생수가 되었다.

p.69-70
 신도시는 다자녀나 신혼부부 특별공급이 많기 때문에 유치부나 초등 저학년 자원이 아주 많다. 그런데 분양을 받더라도 초등 고학년은 학군이 좋지 않으면 실제 이주는 하지 않고 그냥 이전 지역에서 학교를 다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런 신생 학교에서 초등 고학년이 될수록 우수한 자원이 부근의 명문학군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잡기란 쉽지 않다. 그러면 해당 지역의 학력은 좋아질 기미가 안 보이고 특목고 합격률도 계속 제자리걸음을 보인다. 이런 모습이 몇 년간 계속되면 초등 저학년을 둔 가정은 불안해서 새 집을 전세 주고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명문학군의 오래된 아파트에 전세로 들어가는 일이 생긴다.

p.71
 저출산시대에도 학군이 의미가 있느냐는 질문도 많이 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면 저출산시대에는 명문학군으로 쏠림 현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 가뭄으로 호수의 물이 줄 때는 가장자리부터 준다. 시장이 줄어들면 넘버4, 넘버3부터 무너지게 되어 있다. 그리고 넘버1, 넘버2 쏠림 현상은 더 심해진다.
 그렇기에 신생아수 40만 시대에는 지금보다 더 명문학군 쏠림 현상이 심해질 수 있고, 신생 학군은 좋은 자원을 명문학군에 더 많이 빼앗기고 새롭게 도약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입시에서는 그렇다. 학부모들은 자기 자녀를 데리고 실험을 하기보다는 입시 결과가 검증된 곳에서 안전하게 입시를 치르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만약에 입시가 아닌 미래스토리교육이나 가정 중심의 인성교육 등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으로 신흥 명문학군을 만들어보려고 한다면 가능성이 있다. 각 지역의 신생 학군이 관심을 갖고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 바로 여기다.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는 점도 기회다. 지금처럼 문제지 풀고, 학원 다니고, 수능 점수 1점이라도 더 올리는 교육으로는 대치동, 목동 등 기존의 명문학군을 따라갈 수 없다. 다행히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판이 바뀌고 패러다임이 바뀔 때가 2등이 1등을 따라잡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p.72-73
 그러면 과연 이렇게 학군이 좋은 지역으로 들어가는 게 자녁교육과 가정경제에 도움이 되는 일일까? 결론적으로 말해서 유초등 때 이런 지역에 들어간다고 아이가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 능력은 10~20% 정도다. 즉 경제적인 면에서는 최악의 선택을 하는 셈이다. 사교육비는 감당하기 힘들게 늘어날 것이고, 무리해서 월세나 전세자금대출까지 받아 이러한 지역에 들어가면 가정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이후 부부의 노후대비는 물건너간다고 봐야 한다. 정말 자녀교육에 올인하고 몰빵하는 셈인데, 이는 투자적인 측면에서는 최악의 선택을 하는 것이다.

p.80
 필자는 오히려 공부 잘하는 아이일수록 대치동처럼 선호도가 높은 학군에 일찍 들어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잘하는 아이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오히려 자신감만 없어지고 눈앞의 성과를 내기 위해 근시안적인 공부에 매달리기 쉽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근시안적인 공부를 하면 중학교까지는 어떻게 성적이 나올 수 있어도, 고등학교나 수능 시험장에 가서는 제대로 실력을 발휘할 수 없다.

p.81
 사교육의 가능성과 한계를 분명히 봐야 한다. 영어는 to부정사 용법과 동명사의 관용적 용법까지는 반복해서 암기시킬 수 있지만, 가정법 과거와 과거완료 혼한시제 가정법을 이해하려면 혼자 생각해보고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수학도 인수분해를 넘어서 삼각함수, 지수로그, 행렬, 극한까지 가려면 수학적 원리를 분명히 이해하고 한 문제를 깊이 풀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해봐야 한다.
 2019년 자녀교육 베스트셀러가 된 최승필 선생님의 <공부머리 독서법>에서도 결국 같은 맥락의 이야기를 한다. 저자는 초등 저학년 때 잘 따라오는 듯하던 학생들이 고학년이나 중학교 때 속절없이 무너지는 이유가 독서를 통한 자기만의 공부머리를 만들지 않고 공부하는 듯한 착각만 불러일으키는 학원 수업 위주의 '듣는' 공부를 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중략)
 "초등학교 때만이라도 아이가 자신감을 갖게 하고 근성을 갖게 하는 게 이후 중고등학교 경쟁체제에 들어가서도 잘할 수 있는 정신력을 길러주지 않을까?"

p.82
 우리나라에서 학군이 좋은 지역이란 결국 사교육이 밀집한 지역이다. 그리고 그 사교육을 감당할 수 있는 경제력이 있는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이다. 문제는 이런 비교와 경쟁에서 살아남은 공부머리가 있는 아이들은 박수 받으면서 자존감을 갖고 살아갈 수 있지만, 여기서 뒤처진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낮은 자존감을 갖고 뭐 하나 잘하는 게 없는 아이가 된다는 것이다. 좀 늦더라도 나중에 머리가 트여서 공부에서 치고 나오는 아이들은 씨가 마르게 된다. 사교육이 발달한 지역에서는 아이의 잠재력을 믿고 기다려줄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중략)
 학군 좋은 지역에서 초등학교 때부터 비교당하고 남들보다 못하는 것의 가짓수만 늘려가기보다는, 시골 작은 학교에 가서 1등도 해보고 자기가 할 수 잇는 여러가지 가능성을 시험해보는 게 지금의 경쟁적인 입시체제에서 더 탁월한 효과를 낼 수 잇는 장기적인 포석이 아닐까? 시골 학교는 아이들이 적기 때문에 학예회를 하거나 학교 행사를 할 때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소중하다. 공부는 못해도 몸으로 때워줄 아이들이 하나라도 더 필요하다. 그 안에서 같이 지내며 자기 존재의 의미도 알고, 이것저것 해보며 가능성을 발견할 수도 있다.
 이전에도 많은 보도가 있었지만, 시골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과 도시 학교 아이들의 가장 큰 차이는 창의력이다. 주어진 정답만 찾아내는 도시 아이들에 비해 시골 아이들의 상상력은 무궁무진하다. 문제는 이렇게 창의력과 근성이 길러진 아이들에게 독서력과 공부 전략을 가르쳐줄 사람이 부족하다는 시골의 한계다.

p.82-83
 그러면 여기서 전략이 하나 나온다. 아빠의 통근거리 안에 있는 시골스런 분위기의 학교에서 초등학교가지 보내고, 아이가 공부가 좀 된다 싶으면 학군 좋은 지역으로 와서 경쟁을 붙여보면 된다.
 아이가 시골 학교에서 1등 했어도 도시에 와서 선행학습한 아이들에 비해 뒤처지지 않을까 걱정할 수 있지만, 사실 중학교 내신은 수업시간에만 집중해도 충분히 1등급을 받을 수 있다. 물론 변별력 때문에 내신 문제도 꼬아서 내고, 한 문제만 틀려도 수십등 떨어지는 대치동이나 목동 등 사교육 과열지구만 피하면 된다. 어느 정도 수업 환경이 나쁘지 않은 중상위 학군 지역으로 이사하고, 중학교 공부를 다져서 우선 특목고를 목표로 하고, 특목고가 안되면 일반고에서 수시나 정시로 명문대를 노려보는 전략을 써볼 수 있다. (중략)
 필자는 이 돈을 들여 유초등 때부터 이른바 학군이 좋은 지역에 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앞에서 말한 대로 시골스런 분위기에 주거비가 적게 들고 사교육 바람도 잠잠한 곳으로 이사한다. 그렇게 주거비를 낮출 수 있는 시골 지역에 전세나 월세로 가고, 남는 돈은 중상위 학군 지역의 아파트를 전세 끼고 매입한다.

p.83-84
 앞에서 이미 말한 대로 학군이 좋은 아파트는 집값이 거의 떨어지지 않는다. 아파트를 사두어도 손해를 볼 가능성이 낮다. 아이가 유초등일 때는 우선 지방에 살면서 약 10년 동안 학군 좋은 아파트를 보유한다. 그리고 아이가 공부를 잘한다면 10년 후 이 아파트로 이사해서 주어진 사교육 인프라와 좋은 학교 분위기를 활용한다. 이후 아이 대학 보내고 이 아파트를 세 주거나 팔고 나와서 다른 수익형 부동산으로 갈아타 노후를 대비할 수도 있다. 만약 아이가 공부 쪽이 아니라면 계속 세를 받거나 다른 수익형 부동산으로 갈아타고, 그렇게 모은 돈은 이후 아이 사업자금이나 부부의 노후대비용으로 사용한다. (중략)
 결국 투자는 정보가 없어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내공이 없어서 못하는 것이다. 기회는 언제나 온다. 내공이 있다면 기회가 보이고 실천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내집마련이나 자녀교육이나 내공과 실력을 먼저 기른 다음, 환경을 바꾸고 정보를 찾는 것이 변치 않는 성공법칙이다.

p.85
 정말 큰 시세차익을 바라고 집을 사려고 한다면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팔고 나와야 한다. 그런데 학군이주에서는 이게 내 맘대로 안된다. 아이 학령과도 맞아야 하고, 우리 집 형편하고도 맞아야 하고, 부동산경기하고도 맞아야 한다. 
 허망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투자 목적이 아닌 실거주 목적에서 시세차익은 결국 운이고 자기 복이다. 그렇기에 수많은 정보를 분석하고 며칠을 고민해서 결론을 내리는 것보다, 덕을 쌓고 복을 부르는 선한 일을 많이 하는 것이 돈을 버는 지름길일수도 있다. 그래서 필자는 주변에 부동산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제일 많이 권하는 책이 김승호 선생님의 <돈보다 운을 벌어라>다. 그게 안 된다면 그냥 내 복이 여기까지겠거니 생각하는 게 제일 맘 편하다. 운이 좋아서 돈 벌고 나가는 사람들 보고 계속 비교하면 나만 배 아프고 내 정신건강에 좋지 않을 뿐이다.
 그리고 지극히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된다. 실거주하는 동안 원금을 갚을 수 있을 정도로만 대출을 받아서 살 수 있다면, 많이 오른 것 같고 상투 잡고 들어가는 듯해도 그냥 사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게 명문학군이라면 최소한 폭락은 없다. 문제는 실거주하는 동안 원금을 갚을 능력이 안되는데 무리해서 대출을 받는 경우다. 그러니 정부의 대출규제에 맞게 순리대로 생각하고 접근하면 된다. 형편이 안된다면 그 집은 내 집이 아닌 것이다. 
 이제는 강남이 너무 올라서, 서울이 너무 올라서 영영 진입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하소연하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그건 내 대에서 분수이고 한계일 수 있다. 눈을 강남과 서울에만 두지 말고, 내 형편에 맞게 최대한 강남 가깝고 서울 가까운 곳으로 접근하고, 내 대에서 안된다면 자식 대에는 그게 가능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p.102-103
 부동산거래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입지다. 그리고 그다음은 타이밍이다. 아무리 입지가 좋은 지역이라도 제일 비쌀 때 사면 답이 없다. 좋은 물건을 쌀 때 사야 투자가치가 있다. 핵심은 그 물건이 비싼 건지 싼 건지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이다. 그리고 그 안목이 있으면 제대로 된 매수, 매도 타이밍을 잡을 수 있다. (중략)
 보통 가장 많이 쓰는 방법은 아파트 PIR(Price to Income Ratio)지수, 즉 소득 대비 아파트 가격 지수다. 연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으면 몇 년 후에 집을 살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수치다. (중략)
 이보다 좀 더 쉽게 통계를 구하고 전문가의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분석해볼 수 있는 방법이 전세가율을 활용해 아파트의 실제 가치를 알아보는 것이다. 몇몇 부동산 전문가들이 활용하는 방법인데, 책으로는 김재수(렘군)의 <10년 동안 적금밖에 모르던 39세 김 과장은 어떻게 1년 만에 부동산 천재가 됐을까>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p.104-105
 하지만 강남과 대치동의 화장발을 걷어내고 민낯으로 승부한다면 사실상 전국 중학교 학군 1위는 분당이다. 단일지역으로 전국단위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가장 우수한 중학교들이 모여 있는 곳이 바로 분당이기 때문이다. (중략)
 분당은 이미 양적으로는 대치동이나 목동을 앞서고 있다. 분당과 함께 1기 신도시로 지어진 평촌, 일산과 비교해봐도 압도적인 차이가 난다. 분당은 평촌보다 인구나 중학교수가 1.5배 많은데 비해 우수 중학교는 3.4배 많다.

p.288-289
 기본적으로 한 해에 서울대 합격자를 7명 이상 배출하 수 있다면 Top3 대학이나 의대·치대·한의대·수의대(의치한수)라는 선호 의학계열까지 적어도 30~40명선, 인서울 선호 학과라고 할 수 있는 Top 20권 대학까지는 100명선이 나올 수 있다. 그러면 학생이나 학부모 입장에서는 그 학교에 가서 최소 전교 100위권 성적만 유지한다면 그래도 원하는 대학에 가는 데 큰 어려움이 없겠다는 안심이 된다.
 하지만 이런 학교는 내신경쟁이 치열하다. 1~2문제만 틀려도 내신이 1, 2등급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들 열심히 하니 수시 TO를 받기도 쉽지 않다. 또 애매한 중하위권 학생들은 아무리 노력하고 공부해도 등수를 올릴 수 없다는 좌절감에 빠지거나 아예 공부에서 손을 놓을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실제 학부모들이 제일 선호하는 학교는 어느 정도 면학 분위기가 유지되면서 경쟁이 그리 치열하지 않고, 또 아이가 마음 잡고 공부하면 노력한 만큼 성적이 올라주는 학교다. 현실적으로 그런 학교가 전국 200위권 안에 드는 학교이고, 서울대 합격자를 매년 4~5명 정도 배출하는 학교다. 특히 그중에서 서울대 수시 합격자가 꾸준히 2~3명 이상 나오는 학교라면 나름대로 학교에서 최상위권 자원의 학생부를 신경써주고 있고, 진학의 길이 가장 넓은 학생부종합전형에 관심을 갖고 학생들을 지원해주는 학교라고 볼 수 있다.
 전국에서 이런 학교가 제일 많은 곳이 어디인지를 보면 단연코 분당이다. 중학교 최상위권 학생들은 특목고나 전국단위 자사고에 진학하고, 그런 학생들에 눌려 빛을 못 보던 상위권 학생들이 지역 내 일반고에 가서 실력을 발휘하거나, 공부 자존감을 회복해 대입 실적으로 만회하는 지역이 분당이기도 하다. 200위권 학교는 해당 지역 고등학교의 허리라고 할 수 있는데, 분당은 이 허리가 전국에서 제일 굵고 튼튼하다.

p.291-292

 사실 분당은 거의 다 좋다. 관내 24개 중학교 가운데 다음 17개 중학교 부근으로 간다면 초중학교 고민은 없는 셈이다. 구미중·불곡중(구미동), 내정중·수내중·샛별중(수내동), 보평중(혁신)·신백현중(백현동), 서현중·양영중(서현동), 매송중·송림중·이매중(이매동), 늘푸른중·백현중·분당중(정자동), 낙원주·판교종(판교도)이 전국 100위권 안에 드는 우수 중학교들이다. 
 다른 신도시는 이런 학교가 많아야 3~4개다. (중략)
 하지만 수내중~내정중 라인의 수내동 학군은 치열한 내신경쟁과 과잉 사교육의 위험을 안고 가야할 수도 있다. 경쟁이 제일 치열한 중학교보다 오히려 하나 낮은 레벨의 중학교에 가서 내신부담도 덜고 자기 페이스대로 공부하는 전략을 택하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 (중략)
 결국 우리나라 교육이나 학군 문제는 이성이 아니라 심리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몰리는 곳에 더 몰리게 되고, 결국 이것이 집값을 결정하는 큰 변수가 된다. 이런 현실을 기초로 해서 분당, 판교 지역 내에서 선호 지역을 구분해 보면 수내>정자, 서현>이매, 백현, 삼평>구미, 야탑이라고 할 수 있다. 구미는 용인과 가깝고 야탑은 성남 구도심과 가깝다.
 
p.308-309
(세종)
 의도한 바는 수도권 인구 분산이었지만, 실제 유입된 인구는 대부분 대전과 주변 충청권이었다. 당초 의도대로 분산 효과보다는 충청권의 주거나 학군 수요를 빨아들이는 빨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 모든 과정은 신도시나 계획도시 사업이 절대 쉬운 게 아님을 보여준다. 세계적으로 봐도 자연적으로 사람들이 모여 형성된 도시 이외에 인위적으로 만든 도시가 성공한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다. 행정수도 면에서 보면 미국의 워싱턴D.C. 정도라고 할까. 브라질의 브라질리아, 호주의 캔버라도 고전하고 있다.

p.517
 영재고를 전체적으로 보면 서울>경기>대전>대구>인천>세종>광주순이다. 국제고와 마찬가지로 영재고도 결국 서울과 가까운 쪽으로 순위가 정렬되고 잇다. 영재고나 국제고가 지역 학군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지만, 그래도 서울·수도권 자원이 세종의 좋은 학교를 보고 옮긴다는 인상을 주어야하는데, 입시 세계가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님을 알 수 있다.

p.523
 학군에서 더 큰 고려사항은 이런 세종영재고의 입시 결과가 과연 세종시 학군 발전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 하는 점이다. 전국 최고 자사고인 민사곡 있다고 강원도 횡성군 학군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고, 대원외고가 있다고 중곡동이나 광진구 학군이 더 좋아지는 것이 아니다. 민사고는 전국에서 선발하고, 대원외고는 서울 전역에서 지원한다. 
 세종영재고도 역시 정원의 90%이상이 전국선발 자원이다. 세종시 관내 중학교 졸업대상자를 뽑아주는 지역우수자전형은 2015학년도 4명에서 2016학년도 6명, 2017학년도 8명, 2018, 2019학년도에 10명으로 점차 늘어나고 있다. (중략)
 20%선만 안전하게 확보해서 전체 정원 100명 내외 선발에 20명 정도만 확보해도 세종시 학군 파워를 유지하는 데는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세종시에 18개 중학교가 생길 예정인데, 20명이면 최소한 각 학교 1~2등은 1차 합격선에 이름을 걸 수 있고, 이 기대를 안고 세종시에 꾹 눌러앉을 가능성이 많다.

p.523-524
 세종시는 우선 특목고 2개를 확보했고, 이제 주사위는 나머지 일반고가 쥐고 있다. 한솔고를 비롯한 나머지 10개 일반고가 얼마나 선전해주는지에 따라 앞으로 학군으로서 세종시의 위상이 결정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결코 만만치 않다. 서울과 수도권에 거주하던 공무원들이 많이 내려와서 학군이 좋아지지 않을까 막연한 기대를 가져볼 수 있지만, 이러한 기대가 결국은 어떻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를 과천 학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중략)
 특목고인 과천외고는 과천 지역 자원뿐만 아니라 안양·평촌권, 경기 전역에서 오는 자원을 바탕으로 한 입시 결과이므로, 과천외고를 뺀 나머지 일반고의 입시성적에 주목해야 한다. 서울 집값에 육박하는 아파트 가격과는 달리 지금 과천의 일반고는 평범한 지역 일반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비평준화 시절 나름 명문고 반열에 있었던 과천의 추락이 아쉽다. 과천 인구가 7~8만명대에서 세종청사로 이전한 후 점점 줄어서 5.8만명대(2019년 3월 기준)로 줄고 있는 것을 감안해도, 준강남이라고 불리는 과천의 위상에 걸맞지 않은 입시결과다. (중략)
 그러면 왜 과천은 공무원 인구를 기반으로 작지만 강한 학군이 되지 못했을까?
 첫째, 입시 성과를 낼 수 있는 이른바 '고위직 공무원들'이 내려오지 않았다. (중략)
 둘째, 서울도 아니고 안양·평촌도 아닌 미묘한 위치가 과천 학군을 애매하게 만들었다. (중략)
 셋째, 공무원 말고 기댈 언덕이 없다. 전형적인 베드타운이다. 정부청사 말고 일자리가 없다. 서울로 출퇴근해야 한다. 이런 상황이니 세종청사로 이전한 이후 과천 상권이 휘청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

p.525-527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세종은 과천의 선례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
 첫째, 실질적으로 고위직 공무원부터 가족들과 다 같이 내려와서 세종시를 살리고자 하는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 최소한 중학교까지는 세종시에서 보내고 고등학교를 전국의 특목고로 보내면 되지 않는가?
 둘째, 최소한 대전·둔산 학원가와 견줄 수 있는 내실 있는 학원가가 형성되어야한다. (중략)
 셋째, 결국은 일자리다. 모든 신도시가 베드타운이 되지 않으려면 결국은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 정부부처나 산하기관은 억지로 오게 할 수 있지만, 기업은 살아 남을 수 있고 수지타산이 맞아야 온다. 세종시에서 자란 사람들이 세종시를 떠나지 않아도 되도록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주고, 그 일자리가 단순 블루칼라 일자리가 아니라 준강남급의 화이트칼라 일자리여야 한다. 앞으로 이런 난제를 누가 나서서 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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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시를 답사하며 현지의 목소리를 들어보니, 세종시가 유초등은 너무 좋은데 막상 아이가 초등 고학년이 되고 입시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대전·둔산 학군으로 가야 할지, 아니면 노은지구로라도 가야 할지 고민된다는 가정이 많다. 
 결론적으로, 앞으로 세종시의 중고등학교 학군이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최소 7~8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현재 들어오는 유초등 자원부터 대전으로 유출되지 않게 잘 지키고, 서울과 수도권에서 내려온 우수 자원이 다시 서울, 수도권으로 돌아가지 않게 잘 지켜서 성과를 내야 대전의 반 정도라도 따라갈 수 있다.
 물론 학군이 부동산의 전부는 아니다. 과천은 학군은 약하지만 재건축 호재로 단번에 송파 수준의 집값으로 올라섰고, 학군이 좋은 분다 집값을 넘어섰다. 용산도 학군은 약하지만 교통, 자연환경 개선 등의 호재로 집값이 오른 지역이다. 하지만 한 지역의 부동산 가치가 유지되려면 결국은 일자리이고,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특히 학군이 좋아야 한다. 그래야 초등 고학년에서 중고등 6년, 적어도 10년은 사람들을 그 지역에 붙잡아둘 수 있다. 세종시가 현재 들어오는 자원들을 앞으로 얼마나 잘 관리하고, 대전으로 나가는 학군이주 수요를 얼마나 잘 막을 수 있는지에 따라 세종 학군의 성패가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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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출산시대의 입시는 검증된 학군으로 쏠림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다. 세종도 다른 신도시와 마찬가지로 미래스토리교육과 남들이 하지 않는 새로운 교육패러다임을 제시해야 교육적으로도 살아남을 수 있고, 이것이 세종의 성공을 돕는 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이상적은 교육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우선 입시에서 실적을 내야 한다. 우선 아이들이 있고, 지역에 남아 있는 가정이 있어야 이상적인 교육을 실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사교육의 교육적 효과에 회의적이지만, 학군을 이야기하면서는 학원가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또 불편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학군이 살려면 그 지역에서 서울대 합격자를 많이 내야 하고 특목고를 많이 보내야 한다. 서울대가 전부냐, 특목고가 전부냐고 항의할 수 있지만, 결국 대다수 학부모들이 학교나 학군을 선택하는 기중는 그 2가지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학원가 없이, 서울대 합격자 없이, 특목고 진학자 없이도 이상적으로 바람직한 교육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몇 년을 하면 상위권 아이들은 점점 없어지고, 교육을 위해 이주하는 학군 수요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학군이 성장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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